ichigo+cake

그러고보니 2008년이 되어서 나는 30살이 되었다.
새해가 된지 4일이나 지난 오늘 문득 '그러고보니 나 혹시 30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동안 여기서 살다보니 이쪽에서 나이 세는 방식에 익숙해져서였을까.
(여기선 아직 생일이 안 지나서 28!)
30이라는 숫자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30이라는게 뭐 그리 대수냐 라는 생각도 들지만, 음.. 그래도 30이잖아?

그나저나 나는 돌이켜보고 뭘 정리한다거나 앞날의 계획을 세우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라서인지, 이런 글을 쓰려고 마음먹고 막상 쓰기 시작하니까 벌써 머리가 어지러워지네.
하지만 쫌 써야할 필요를 느낀달까.

전에는 30이 되면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줄 알았다.
막연한 기대와 환상이었지만, 30이라는 나누기 쉬운 숫자가 그 전의 나와 그 이후의 나를 나눠줄꺼라고 생각했었다.
20대의 철없고, 방황하던 나에서 좀 더 어른이 되는 문이 되어줄꺼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30이 되고보니 나는 무언가를 맺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구나.
모든게 진행중이고,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은 처지라니...

대학시절의 일은 이제 기억도 잘 안날 정도로 가물가물하지만,
20대 초반의 나는 너무나도 많이 실수를 저지르고, 너무나도 시간을 낭비했다.
이전에 비해 책도 읽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무엇을 했을까.
그때 나의 삶에는 늘 연애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가장 에너지를 쏟은 일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여러가지 경험의 세상이 열렸던 것도 같다.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이던 자유로운 시간.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하고.
히키코모리 생활도 해보고. -_-;;;

그리고 20대 후반.
외국인 노동자로써 일본의 편의점에서 보냈다.
핏덩어리 같은 새까만 꼬맹이들과 학교에서 보냈다.
내 삶의 가장 큰 자극이고, 가장 열심히 살아온 시간일지도 모른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돈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배움의 재미를 느꼈다.
그 약발이 떨어졌는지 요즘은 졸업작품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그리고 30.
나의 절친한 친구는 아기 엄마가 되었고, 또 다른 친구는 큰 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단다.
나는 졸업작품으로 머리를 싸매고있고, 회사에 들어가 적응할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다녀온지 10일밖에 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가고싶다.

어쩐지 웃음이 나오는데, 이것은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한 웃음인지, 30살에 대한 이상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나에 대한 웃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3살이 되면...'이라고 기대를 해보는 나.

Posted by
life in Tokyo l 2008/01/05 06:05   by 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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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길잃은 나그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캬캬..드뎌 니두..30대구나...같이 늙어 가는구만..
    30 대 진입을 축하한당~~ 푸캬캬캬캬~~

    2008/01/05 13:53
  2. BlogIcon 곰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살 부터 29살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거 같아.
    대학교에 들어가서 누군가를 좋아해보고,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그리고 취직을 해서 자신의 일을 가져보기도 하고, 외국에 나와서 살기도 하고, 외국에서 취직활동을 하고말이야....
    대학때의30살의 나는 아이의 엄마가 되고, 누군가의 부인이 되어 있는 모습이었는데..ㅡ_ㅡ 지금은 그런 걸 꿈꾼 적이 있었나하고 느껴질 지경이다.
    어른이 안되도, 나이는 계속 먹으니까.......
    ㅎㅎㅎ 이제 부터는 멋지게 늙어가는 모습을 꿈꿔야 하나???

    2008/01/05 17:55
    • BlogIcon 유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말이야.. 20대는 정말 굉장했지.
      그런 20대를 지나고 나서도 정신과 몸이 따로 노는 30살이라니..
      아하하하하하하핫.

      그나저나 넌 평생 일 할 팔자라며. 일하는 언니는 멋있어.
      넌 멋지게 늙어갈꺼야.

      2008/01/06 23:59
  3. 이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서른이 되는해에 거나하게 파티하자. ㅋㅋ

    2008/01/06 02:22
  4. 미남동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0... 에 구려~ 빨리 장가가!

    하긴 엄마아빠는 포기한듯 싶다. 근데 왜 피라미드 안가져갔냐?

    2008/01/06 22:25
    • BlogIcon 유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가는 혼자가냐?
      아무래도 니가 쫌 가줘야겠다. 후후훗..
      아빠가 엄마한테 나 재촉하지 말라고 그랬다던데? 오호호호호호호호..

      그 피라미드는 너무 훌륭한 녀석이라서 차마 못 가져왔어.
      나는 여기서 너무 코딱지만한 방에서 살거든.
      내가 더 좋은 집으로 옮기면 가져올께.
      너무 멋지더라구!

      2008/01/07 00:02
  5. 은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보니깐..왠지 슬프다..T^T

    2008/01/11 09:40
  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들어왔는데, 정말 재미있게 구경했습니다~+_+
    일본생활의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져있어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처음 일본 유학가실때 일본어 공부를 많이 하시고 가셨나요...?
    친구가 유학을 가게되었는데 많은 고민이 있는 것 같아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말씀을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싶어요..
    괜찮으시다면 답변부탁드려도 될까요..?

    2008/02/01 02:33
    • BlogIcon 유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선 반갑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저희는 처음 유학을 왔을때만해도 길도 제대로 못 물어봤어요.
      오기 직전에 외국어 학원을 두 달 다닌게 제대로 한 공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전에도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등을 즐겨 보긴 했어요.

      하지만 여기 생활을 시작하고 1년은 굉장히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다못해 글씨는 알고 오는게 좋지만, 결국 그 전에 얼마나 공부를 했느냐보다 여기서 얼마나 열심히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친구분이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보내길 바랄께요.
      또 놀러오세요.

      2008/02/0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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