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 밤에는 한 이백년만에 겐을 만나서 떠들다보니 12시가 다 되서 집에 들어왔어요.
사실 늘 12시 쯤에 집에 들어오기 때문에 너무 아무생각 없이 그저 더워하고 있었지요.
더군다나 바쁜 나머지 저녁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배가 고파서 정신이 쫌 없었어요.
그런데 손을 닦으려던 곰손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는게 아니겠어요?

곰손 "물이 안 나와!"
헉!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생각해보니 지난주 쯤에 우체통에 수, 목, 금 밤 11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물이 안나온다고 써있는 종이가 들어있던 기억이...

곰손 "아.. 맞다.. 본 거 같기도 하다."
보통 11시부터 6시까지가 물을 제일 안 쓸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저 시간으로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처럼 밤 늦게 들어와서 도시락까지 싸야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죠!
물이 안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제일 처음 걱정이 된 건 화장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곰손이 화장실에 간 것 같았는데, 혹시 물이 안내려가거나?

곰손에게 급하게 확인해봤더니, 물은 내려갔지만 탱크 안에는 물이 안 찼다는 정보가.
일단 물이 내려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자 물이 안나오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답니다.
배가 너무 고팠거든요.
여름이 끝나가서 편의점에서 다시 오뎅을 팔기 시작해서, 오뎅을 사왔기 때문에 그 냄새가 어찌나 자극적이던지.

우리 둘 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휴식시간마다 오뎅을 사먹을 지경이었으니, 오랜만에 만난 오뎅이 얼마나 맛있었겠어요.
오뎅을 먹고 배가 차니 평온한 기분이 되었는지, 언제나처럼 저는 컴퓨터 앞에 앉고 곰손이는 침대에서 전화기로 메일질을 했어요.
바보들!
쫌 지나서 물이 안나오는 위급한 상황을 떠올린 두 사람.
편의점에 가기로 했습니다.

출퇴근 길에 얼마나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데...
편의점이 많은 나라라서 정말 다행이예요.

먹는 물로 화장을 지우는 뻔뻔한 짓은 차마 할 수가 없어서 물로는 이빨만 닦기로 하고,
비오레의 화장지우는 시트로 얼굴을 닦았답니다.

그래도 두 장 쓰니까 쫌 닦아진 것 같더군요.
편리해서 전에도 잘 쓰던 시트이긴 하지만, 이걸로 지우고 나서도 적어도 물로는 닦아주는데, 물이 안나오니 시트로 쓱쓱 문지른 상태가 끝. 너무 찝찝했어요. ㅠ_ㅠ
기분 나빠하면서 이빨을 닦으러 갔습니다.
근데 이번엔 냉장고에 있던 물을 사와서 바로 이빨을 닦는거라, 너무 차가운거예요!
이빨이 다 뽑히는 기분이었어요.
으윽, 물이 안나오는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라니!
그리고 물이 안나오는 순간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화장실 가고싶으면 어쩌지?' 였다는 것도 쫌 의외였어요.
그래도 오늘은 집에 살짝 일찍 온 곰손이 내일의 샐러드도 준비해주고 물도 받아뒀어요.
고마운 녀석!
내일까지 밤에 물없는 생활이 이어집니다.
아침까지 화장실을 안 갈 수 있도록 회사를 잘 써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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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드게임 할 수 있었는데....
2008/08/22 13:56아아............물이 안나오다니...21세기에 도시중의 도시인 도쿄에서 이런 미개의 생활을 체험하다니..
화장실 가는 걸 참았다가 일어나자 마자 갔다는.....
그러게말이야.
2008/08/23 17:31하하하하.
거긴, 아직 더운모양이구나;;
2008/08/22 14:08부산은, 벌써,가을날씨.아침,저녁으로 어찌나 쌀쌀한지.. 춥다;;
여름이. 여름이 아냐;;- _ -;;
보통 물탱크에 저장되어 있어서, 단수라도, 화장실 걱정은 안하는뎅; ㅎㅎ
저 날 덥더니 그 다음 날부터 추워졌어.
2008/08/23 17:32오늘은 반팔에 치마 입고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괴로울 지경이었어.
그러고보니 물탱크에 저장되고 그런게 없나부네. -_-;;;
왠지 이해가 가네요. 요즘 샤워장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준비하느라 전혀 사용하지를 못하는데, 다른건 다되도 샤워만 되지 않는 상황도 은근히 불편한데, 전혀 물이 나오지 않다면 훨씬 불편하겠지요?
2008/08/23 06:15샤워를 못 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하죠.
2008/08/23 17:34이제 물 안나오는 날 끝나서 너무 좋아요. 히히히.